Music

말러 교향곡 제2번 "부활" - 서울시향 말러시리즈 1

생원세상 2010. 8. 27. 15:16

 

 

 

다인님과 제뉴어리님과 함께 올만에.

 

부활을 위해 ~ 

 

 

 

 

Mahler / Symphony No.2 in C minor

Chicago Symphony Orchestra

Claudio Abbado (LP)

1악장 

 

 

일시:2010.8.26(목) 20:00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정명훈 Myung-Whun Chung , Conductor

협연: 이명주(소프라노),페트라 랑(메조 소프라노)

       Myung-Joo Lee,Soprano: Petra Lang.Mezzo-Soprano

합창 : 서울시합창단, 국립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그란데오페라합창단

   

 

 

프로그램 :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Mahler, Symphony No. 2 "Resurrection" 

 

 말러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정명훈 예술감독이 이끄는 서울시향이 2년에 걸쳐 말러 전곡

대장정을 시작하는 첫 프로그램이며 그 첫번째 무대는 "부활"교향곡입니다.

"말러를 지휘하기 위해 지휘자가 되었다"는 정명훈 예술감독의 뜨거운 혼을 만나십시요.

리카르도 샤이,피에르 블레즈등과 동곡을 녹음한 세계적인 메조소프라노 페트라 랑이

깊은 목소리로 부르는 원광(Uricht)은 최고의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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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이 말은 기독교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임이 분명하다.

말러가 이 교향곡을 작곡하면서 생각한 것들 또한 이를 바탕에 두고 있다고 한다.

설명을 들을 때 말러는 그의 생애에서 삶에 대한 물음표가 많이 있었던 알 수 있다.

창조물은 생겼다가 없어져야 함을, 다시 부활할 수는 없을까 하며.

 

각 장마다 들으면서 내 삶을 비교해 가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제 1장은 영웅의 죽음과 장례식, 그동안 긴 세월 살아오면서 식구들과 오손 도손

살아온다고 앞만 보며 뛰여 왔다. 객관적인 영웅은 아니지만 주관적인 영웅은

되지 않을까 하며, 이제 나도 때가 되어 마지막 가는 길이라 하고.

 

오늘따라 3층 객석이다. 그간 많이 다녔지만 3층은 처음이다. 자리를 잡으려 가는 길이

왜 이리도 가파른지 산행할 때 가파른 바위길 같다. 홀 안이 훤하게 다 볼 수 있는 게

아주 시원하다.

 

제1장의 음악이 울려 퍼지며 나아가는 시간에 따라 나는 내 몸이 지금 죽어 혼령이

떠오르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그런 기분이다. 저 아래에서 나를 위한 죽음을 애도하는

그런 장송곡을 연주해 주는 것이다.

 

2장의 음악이 울릴 때는 그간 내가 살아오면서 즐거웠던 일들, 어릴 때 형들과

친구들 같이 산으로 들로, 그리고 겨울철 쥐불놀이, 여름철 냇가에서 물놀이,

비온 뒤 논에서 미꾸라지 잡던 것들 하며 스쳐가는 추억들이 미소를 머금게 한다.

연애할 때의 그 기분과 결혼과 아이들 자라나며 어리광부리며 같이 여행하던 그런 일

까지가 영혼이지만 웃는 모습이 상상이 된다.

 

3장에서는 고단하지만 생동감 있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것들이 스쳐간다.

그렇다. 물고기들이 설교를 들을 땐 양순하게 잘 이해하는 거 같이 보였지만

되돌아서서는 언제 그랬냐 하듯. 우리 인생의 한 단면들도 똑 같다. 아무리 우리가

경험 한 사실들을 이야기해도 본인이 정작 경험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지 않는다.

답답함이 배여 나온다. 세상 살아오면서 겪은 어려움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4장의 음악이 울려 퍼지면서 난 그동안의 아픔과 어려운 삶에서 뭔가 평안하고

안락한 삶을 할 수는 없었을까, 어찌하면 좀 더 평온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을까 .

다시 세상으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되어달라고 기원하게 된다.

 

5장의 힘찬 관악기들의 소리에 번쩍 정신이 드는 거 같다. 그래 다시한번 해 보는 거다.

내가 힘껏 해보면 안될게 없겠지. 내가 잘 못한 것들로 인해 나를 불편하게 한 것과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 것들이 있다면 내가 다시한번 일어나 그들을 보듬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우렁찬 음악 소리에 내 마음도 힘을 얻는 그런 기분이다.

내가 부활을 한다. 저 아래에서 합창과 우렁차고 때론 아름다운 선율로 나를 부르고 있다.

가뿐하게 내려 앉아 떨어져 나간 내 영혼을 내 육신으로 다시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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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교향곡 2번 c단조 “부활”_ 말러의 두 번째 교향곡은 일명 ‘부활 교향곡’이라 불린다.

이 명칭은 종악장에 나오는 합창의 텍스트로 클롭슈토크(18세기 독일의 시인)의 ‘부활 찬가’가 사용된 데 기인한다.

그런데 ‘부활’이라는 단어는 다분히 기독교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그리고 자연스레 형이상학적 사유를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단어를 들었을 때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예수의 부활’이기 때문이다.

 

물론 말러의 <부활 교향곡>도 종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특히 종악장에서 ‘영생에 대한 신의 약속’과

그 약속에 기댄 인간의 ‘초월을 향한 의지’가 노래될 때 선명히 주목받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부활’이란 일상적인 수사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인간이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말러는 이 작품에서 바로 그러한 인류 보편의 화두를 다루고자 했던 것이다.

 

<부활 교향곡>은 말러로서는 드물게 오랜 시일을 소요한 노작이다. 말러가 이 곡에 착수한 것은 라이프치히에서

지휘자로 일하던   1888년 초였는데, 완성한 것은 부다페스트를 거쳐 함부르크 가극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인

1894년 말의 일이었다.

 

1888년에 말러는 일단 제1악장의 원형인 <장례식 Totenfeier>이라는 제목의 교향시를 작곡했다.

그러나 후속 작업이 재개된 것은 1893년 여름에 가서였다. 지연의 사유로는 지휘자 업무를 수행하느라

바빴던 탓도 있지만,  한편으로 <장례식>이 존경하는 선배이자 유력한 후원자인 한스 폰 뷜로에게서

혹평을 받은 데 대한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교향곡의 완성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사람도 한스 폰 뷜로였다.

말러는 1893년 여름에 슈타인바흐에서 제2·3·4악장을 빠른 속도로 작곡해 나갔는데,

이 가운데 제3·4악장에는 그 사이 작곡해 두었던 가곡집 <어린이 신기한 뿔피리>의 일부를 재활용했다.

그러나 그 직후 말러는 벽에 부닥치게 된다. 피날레의 합창 부분에 적합한 텍스트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강국면이 이어지던 어느 날 그는 얼마 전 타계한 뷜로를 기리는 추도식에 참석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소년 합창단이 노래한 ‘부활 찬가’를 듣고 영감을 받아 마침내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 작품에서 말러는 전작인 <교향곡 제1번>에서 등장시켰던 ‘영웅’을 다시금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삶에 대한 거대한 투쟁’에서 패배하여 죽음에 이르렀다가 부활하기까지의 과정을

다섯 악장에 걸친 장엄한 음악적 드라마로 펼쳐 보였다.

 

제1악장 : 영웅의 죽음과 장례식_우리는 누구나 자기 자신이 세상의 주인공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때로는 세상의 불의와 부조리에 맞서는  투사이자 영웅이기를 꿈꾼다.

말러가 이 곡에서 내세운 주인공은 바로 그런 영웅, 전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은 빠르고 강렬하며 긴장된 표정의 제1주제에 투영되어 있다. 그

런가 하면 온화한 제2주제는 영웅에게 위안과 휴식을 제공하는 반려자의 이미지를 띠고 있다.

이 악장에서 주인공은 운명을 상대로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그는 잠시 승리를 거두기도 하지만,

결국 패배하여 처절하게 쓰러진다. 반려자는 애도의 비가를 노래하고, 마지막엔 음산한 장송곡이 울려 퍼진다.

 

말러는 이 악장을 연주한 후 최소 5분 이상 휴식을 취하라고 지시했는데,

그동안 우리는 다음과 같은 그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악장은 나의 첫 번째 교향곡의 영웅을 무덤에 묻고 그의 생애를 맑은 거울로,

말하자면 보다 높은 위치에서 비춰본 것이다.

 

동시에 이 악장은 커다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은 왜 사는가? 어찌하여 당신은 고통받는가?

인생이란 단지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농담에 불과한 것인가?

우리는 계속 살기를 원하든 죽기를 원하든 이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아울러 말러는 우리의 인생이 과연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묻고 있다.

 

그리고 그 해답을 마지막 악장에서 제시하겠다고 했다.

 따라서 이후의 세 악장은 그 해답에 도달하기 위한 중간단계라고 볼 수 있겠다.

 

제2악장 : 아름다웠던 지난 날_주인공은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먼저 좋았던 과거를 회상한다.

아름다운 추억들이 아련히 떠오르고,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그러나 이내 시간의 강물을 따라 흘러가버린,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솟아오른다,

돌이킬 수 없는 젊은 날의 사랑, 열정, 순수…. 그는 지금 자신의 처지에 씁쓸한 비애를 느낀다.

말러에 의하면 이 악장은 ‘영웅의 일생에 잠시 비추었던 햇살이자 목가적인 간주곡’이다.

 

제3악장 : 악몽 같은 현실_이번에 주인공은 현실에서 희망을 찾고자 한다,

그러나 얻은 것은 모순과 허위로 가득 찬 현실에 대한 실망과 회의, 그로 인한 ‘분노의 절규’뿐이다.

말러가 ‘몽환적이고 유령 같은 에피소드’라고 불렀던 이 기묘한 스케르초 악장은

말러 자신의 가곡-물고기에게 설교하는 파두아의 성 안토니우스-을 관현악곡으로 개작한 것이다.

그 노래는 ‘성자가 교회에 가서 설교하려 했으나 사람이 없어서 물가로 갔더니

 물고기들이 몰려들어 그것들을 모아놓고 설교를 했다,

성자는 훌륭한 설교를 했고 물고기들은 경청했지만,

설교가 끝나도 물고기들은 전혀 달라진 게 없더라.’라는 이야기를 통해서

현실세계의 부조리를 풍자하고 있다.

 

제4악장 : 영원한 평안과 행복을 향한 갈망 (알토 독창)_이제 미련과 혐오에 지친 주인공은 태초의 빛,

지고지순한 구원의 빛을 부른다.

 “오, 붉은 장미여!” 그리고 그는 인생의 고난을 토로하고 천국에 있고 싶은 소망을 드러낸다.

하지만, 천사는 그에게 다시 지상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그는 계속해서 구원을 갈구하고,

음악은 은은한 여운을 남기며 사라져간다.

이상을 향한 인간의 동경과 갈망을  절절하게 노래한 이 신비롭고 감명 깊은 악장도 앞선 악장처럼

말러 자신의 가곡집 <어린이 신기한 뿔피리>에서 가져온 것이다.

다만, 제3악장과는 달리 원곡을 그대로 전용한 점이 돋보인다.

 

제5악장 : 부활, 또는 일상으로의 복귀 (합창, 알토, 소프라노)_갑자기 저현부가 소용돌이치듯 솟구치고

관악부와 타악부에서 요란한 굉음이 터져 나온다.

일견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의 종악장 도입부를 연상시키는 이 장면은

앞서 스케르초 악장에서 나타났던 ‘분노의 절규’의 재현이다.

말러가 첫 악장에서 던졌던 질문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는 종악장은 이렇게,

인간을 겁박하고 엄습하는 현실에 대한 직시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장장 30 여 분에 걸쳐 진행되는 이 장대한 악장의 주부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우선 제1부에서는 광야를 방황하며 번민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보인다.

여기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갖가지 모티브들이 나열되는 장이다.

이어지는 제2부에서는 ‘심판의 날’의 무시무시한 광경이 펼쳐진다.

무대 뒤에 배치된 브라스 밴드까지 가세하여 ‘대지가 떨고 무덤이 열리며,

죽은 자들이 일어나 최후의 심판대로 행진하는’ 모습을 오싹하게 묘파한다.

 

제3부에서 음악은 먼저 신비로운 고요 속으로 침잠해 간다.

그리고 마침내 도달한 완전한 정적 속에서 무반주 합창이 '부활 찬가'를 노래하기 시작한다.

전체 8절로 이루어진 ‘부활의 합창’ 가운데 첫 두 절은 앞에서 언급한 클롭슈토크의 시를 차용한 것이고,

나머지 여섯 절은 말러의 창작이다.

그는 우리에게 영생에 대한 ‘신의 약속’에 의지하여 삶을 긍정하고 믿으라고 호소한다.

 

음악은 점진적으로 상승하며 우리에게 부활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더 이상 두려워 말고 삶을 준비하라!’,

‘나는 쟁취한 날개를 달고 드높이 날아오르리라! 나는 살기 위해 죽으리라!’, ‘부활하라, 나의 마음이여!’

숭고한 오르간 소리와 종소리가 장엄하게 울려 퍼지며 ‘부활’을 축복하는 가운데 전곡이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