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경영이야기

원가높은 상품만 개발하는 연구원 해법

생원세상 2010. 7. 5. 22:32

발행일 : 2010.06.19 / W-BIZ C3 면

 

[18人 글로벌 드림팀의 '경영 상담소'] Q: '단가 높은 상품만 개발' 연구진 때문에 고민하는

中企 사장

 
 

Q: '단가 높은 상품만 개발' 연구진 때문에 고민하는 中企 사장

'R&D 경쟁력' 높이려면 어떻게 하죠?

 

저는 지난해 5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수도권 중소기업 사장입니다. 직원은 200명이고 주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최근 자동차 업황이 좋아 올해 매출은 700억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특히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한 고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에는

20명의 연구원이 있는데, 다들 열성적이며 특히 품질에 관한 한 최고를 만들겠다는 자부심이 강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막상 이들이 연구실 단계에서 내놓는 제품 중엔, 도저히 팔릴 수 없을 만큼 제조 단가가 높게

나오는 것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품질은 기대 수준보다 좋지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니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지요.

때문에 애써 개발한 기술이 대량 생산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구원들에게 보다 폭넓은 시각을 가질 것을 강조하지만, 잘 개선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LG디스플레이 권영수 사장의 멘토링

'원가절감 의식'부터 심어주세요

 

연구개발은 대기업의 경우도 결코 쉽지 않은 분야입니다. 시장 변화와 기술 트렌드를 예측해 경쟁사보다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가격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하니까요.

저는 LG전자 CFO로 있던 시절부터 R&D가 다른 분야와 많이 다르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관리도 상대적으로

 어렵고, 성과도 단기간에 나오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LG디스플레이에서도 R&D는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 R&D는 가장 많이 투자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임에 틀림없습니다.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려면 무엇보다 경쟁사 제품보다 가격과 품질이 뛰어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을 만들어 내려면 아무도 생각 못한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R&D입니다.

경영자의 과제는 어떤 연구개발이든 단기·장기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목표가

실현될 수 있도록 조직을 관리해 나가야 합니다.

귀사의 경우 구성원들 사이에 R&D의 목적이 명확히 공유돼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말해 R&D의

지향점이 경쟁력 있는 물건으로 시장 지배력을 높이겠다거나 획기적인 제품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아닌, 그저 R&D를 위한 R&D가 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자, 그럼 개선 방안을 하나씩

살펴볼까요.

■연구원들에게 현장을 경험하게 하세요

첫째, 사내 모든 임직원, 특히 R&D 직원들 사이에 원가 절감에 대한 마인드가 자리잡게 해야

합니다.

이는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효율적인 제품 공급망(supply chain)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관련 직원들 사이에 원가 절감 마인드가 배어 있지 않다면 효과는 그리 크지 못합니다. 연구개발직

 역시 비용 관리 마인드를 갖추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연구원이 생산 현장을 경험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원하는 제품과 가격 수준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잠시나마 영업 부문으로 인사 발령을 내는 것이지요. 실제 일본의 고마쓰(小松)제작소는

연구원들이 현장으로 자리를 옮겨 일선 부서의 사업 감각을 익힌 후 복귀하는 경력 관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에서는 전 구성원들의 행동 결과에 대한 평가 지표를 개발, 직원들이 조직의 목표를 명확히

이해하고 업무에 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R&D 조직의 평가 지표 중 하나로 재료비를 설정,

연구원들이 원가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또한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원가 목표를 부여합니다. 즉 모든 제품 개발은 매년 순(純) 재료비의

 일정 수준을 절감하는 목표를 세우고 진행합니다. 원가 절감 마인드를 고취하기 위해 'ERRC(Eliminate·Reduce·Raise·Create)'라는 캠페인도 펴고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제거해야 할 낭비 요인은

없을까?', '줄일 수는 없을까?', '핵심 기능을 향상시킬 수는 없을까?', '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는 없을까?'

라는 생각을 늘 하는 것이죠.

둘째, 회사 안에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십시오.

R&D를 상품화하는 역량이 뛰어난 기업들을 보면, 마케팅과 영업, 사후 서비스, 생산, R&D 부문들 사이에

유기적 관계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다기능팀'을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벤츠의 연구개발센터는

설계, R&D, 생산, 판매 및 마케팅을 모두 포함시키는 프로젝트팀을 구성, 이사회 직속으로 두고 있습니다.

 R&D 초기 단계에서부터 전사 관련 부서들이 참여해 품질·코스트·납기를 관리하는 통합 연구개발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셋째, 부품의 표준화, 공용화가 필요합니다.

개별적인 원가 절감 활동들이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혀가고 있다면 그 다음 숙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R&D 분야에서 표준화, 공용화가 원가 절감과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세계적

우량 기업들을 보면 이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업이 커지면 제품 수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부품 수나 생산 공정 숫자도 증가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숫자가 늘어날수록 비용도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R&D 역시 초기 단계부터 부품의 표준화, 공용화를 유도함으로써 불필요한 부품이나 생산 공정의

증가를 막아야 합니다. 우선 사내에서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부품을 리스트로 만들고, 이를 R&D 분야와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십시오. 이를 통해 연구원들이 이미 사내에서 사용되는 부품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다면 구매·생산 분야에서 원가가 과도하게 높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하세요

넷째, 사내에 원가 절감 활동을 주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하는 전담 조직이 필요합니다.


LG디스플레이도 전문 조직을 신설, 원가 절감 아이디어를 실제 각 팀이 업무에 얼마나 적용하는지 철저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모범 사례를 조직 전체에 전파하는 교육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직원들

 스스로 원가 절감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지요.

귀사의 경우, 한 걸음 더 나아가 R&D 부문의 혁신을 담당하는 조직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개발팀에 혁신적인 원가 절감 제품이라는 목표를 부여하고, 성과를 관리·포상하며, 모범 사례를 개발팀

전반에 전파하는 조직 말이지요.

다섯째,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활동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과거 일회용 카메라의 대명사로 불리던 폴라로이드는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열릴 것을 예견하고, 이 분야에

엄청난 투자를 했습니다. 그리고 렌즈, 광학 처리, 디지털 신호, 소프트웨어, 저장 기술 등 디지털 카메라와

 관련된 모든 기술을 직접 개발해 냈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기술 개발 투자는 결국 독(毒)이 되고 맙니다. 이로 인해 경쟁사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시장에서 도태되고 말았습니다. 모든 것을 스스로 개발하려다 발생한 문제였지요.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고객의 눈도 끝없이 높아가는 상황에서 기업 스스로의 R&D 역량만으로 시장의

모든 니즈(needs)를 충족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최근 오픈 이노베이션이 R&D 전략의 핵심 키워드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단계에서부터 제품화에 이르기까지 기업 내부의

 자원 및 역량뿐만 아니라 외부의 자원을 함께 이용해서 혁신하는 활동이 바로 오픈 이노베이션입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또 다른 장점은, 조직 내부에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외부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내부 혁신을 가속화하고 R&D 역량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참고로 저희 회사는 R&D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외부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산학 연계나 협력사

또는 동종업체와의 협력 및 기술 제휴를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필로그

연구개발 활동엔 많은 비용이 듭니다. 따라서 R&D는 꼭 필요한 경우에 국한되어야 합니다. 불필요한 R&D로 필요 이상의 낭비가 생기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 합니다. 연구개발 활동 전반에 걸쳐 비용을 낮추기 위한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귀사의 경우처럼 연구원들이 품질은 높지만 시장성이 없는 제품을 개발한 경우에는 개발된 제품을 폐기할

것인지, 아니면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가격대로 원가를 낮출 수 있는지 전사(全社) 차원에서 판단하고

연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원가 절감의 가능성이 보인다면, 주어진 기간 내에 완료할 수 있도록

CEO가 원가 및 품질의 목표를 명확히 하고 직접 독려해 나가야 합니다.

연구개발 활동의 요체는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제품을, 적기에, 시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가격으로

내놓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가 귀사의 DNA로 자리잡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