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문화마다 다른 언어로는 번역되지 않는 독특한 개념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우리말의 '정(情)'과 같은 단어는 다른 언어로 번역하기가 참 어렵다.
영어로 'love'도 아니고 'like'도 아니다. 뭔가 관계가 좋다는 표현이지만, 잘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미운 정'과 같은 표현이 그렇다. 미우면 미운 것이고, 정이 들었으면 정이 든 것이지, 밉게 정이 들었다는
표현은 도무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설명하기 어렵다. 황당하기까지하다.
오죽 헷갈렸으면 가수 조용필까지 나서서 이렇게까지 물었을까. '정이란 무엇일까? 주는 걸까? 받는 걸까?'
이 정서의 주체가 누구인지도 모호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 문화에서 이 '정'이란 표현을 통해
많은 상황들이 분명해진다.
뜨겁게 사랑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한국의 중년 부부관계가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이야기한다. "그놈의 정 때문에!" 그 애매모호한 관계가 '정'으로 아주 간단히
설명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