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와 사진

35년 된 군에서의 문예지

생원세상 2009. 1. 4. 19:32

35년 된 군에서의 문예지 | 스토리 와 사진 2009/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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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이 흘렀다.

그동안 가끔 생각 난 것이였지만 오늘은 그걸 꺼내 보게 되어 다시금 여기 저기 읽어 보았다.

 

맨 뒷장을 보니 이게 벌써 만 35년이 된 날이 1월 1일이다.  그때 한겨울 여러날들을 밤늦도록

상황실 안에서 철필 ( 가리방 이라 부름)로 쓰기 작업하고 등사기로 밀면서 만든 부대 내에서의 문예지다.

 

이름이 " 첨병 ( 尖兵)". 

중부전선의 비무장지대인 DMZ에서 근무하던 20사단 ( 1997부대) 수색중대원들이 만든 문예지이다.

최전방에서 근무하였으니 첨병일수밖에.  낮에는 DMZ 내를 수색 정찰하고, 밤에는  또 DMZ 내에서

사람이 다닐만한 곳에 매복하여 밤새 뜬 눈으로 지켜 있다가 아침에 철수하는 것이 주 임무로 하는

수색대였다. 부대심볼 마크가 올빼미다.

 

상병 때 수색중대로 있던 편제가 공수부대 편제로 바뀌면서 부대이름이 사단 수색중대에서 사단 수색대로

바뀌고 모두들 김포에있는 제1 공수여단에서 공수교육을 받았었다. 중대일때는 단위부대장이 중대장으로서

당연히 보병부대와 같이 대위였으나 수색대로 바뀌고는 단위부대장이 소령으로 한 단계 높아 졌고

소단위조직이 소대에서 공수부대 편제인 지대라는 이름으로 바뀌였었다. 계급도 당연히 올라갔다.

 

첨병이 발간 될때는 일등병 시절로서 보병부대 같이 수색중대로 있을 때였다.  봄이면 아지랑이 피여 오르는 

DMZ 내의 광활한 철원평야가 봄 기운을 몰아주는 곳이였다. 고참 병장이였던 조규윤 병장이 주도하여

문예지를 만들자 하여 행정반에 있던 사병들이 모두 의기투합하여 글을 써내고 그 글들에 다른 병사들의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실제 글들을 접수하여 109장이라는 두꺼운 책으로 발간 한 것이였다.

 

당시 서기병이였던 관계로 글씨체가 좋다하여 가리방 긁는 일을 많이 하기도 하였다. 오랜 동안 준비하여

만들어 낸 책이 이 첨병이라는 책으로 나왔으나, 그 등사 잉크의 재질이 나쁜지 오래 되 가니 글씨들이

흐려 지는게 안타깝다.

 

조규윤 병장이 무얼 하고 지내는지, 한문 실력이 대단하였다. 모든 글의 한시는 조병장이 직접 작성한

글들이다. 글씨체도 남자다운 필체로 아주 힘이 있는 글체로 참으로 부러운 재능이다.

 

대학을 졸업 하고 군에 가는 바람에 내 친구들은 모두 제대 한 후였다. 내가 그리 입대하다 보니

부대의 고참들이 나이로 보면 내 또래나 그 이하들이라 심적인 부담이 많았지만 그래도 군대에서는

보직이 큰 힘이라고 행정병 일을 한 관계로 마음 고생이 덜 하였다.  부대원 전체인원들에 대한 인사업무와

부대의 행사 주관업무들을 도 맡아 한 관계로 고참들이 무시를 못한 관계이다.

 

당시에는 군단장이 가끔 부대를 방문 하여 장병들을 위문 하는데 같이 권투시합을 한다던지 해서

상을 주고 꼭 돼지 한마리를 갖고와서는 잡게 해 포식을 시켜주곤 하였다.  하나의 강한 리더십이였다.

 

이 문예지의 내용을 보면 그당시의 우리 사병들의 마음 가짐과 애환들이 많이 녹아 있는 걸 알수 있다.

비무장지대에서 지내던 일들을 가끔씩 글로 남겨 보려 한다. 

 

북한군 장교들이 한밤중에 우리 철책선에 수류탄을 던져놓고 돌아가 비상이 걸렸던 이야기, 

내 상병때 우리부대 일병이 북으로 넘어갈때의 우리 부대 행동과 그 후의 일들,  부대원을 태우고 가던 

츄럭이 뒤집혔던 사건,  혹한의 겨울에 팬티바람에 받던 단체 기합 종류와 빧다 기합,

 

훼바지역으로 철수 후에 받던 아침 4키로 구보와 저녁에 200고지 산에를 정해진 시간내에 달려갔다 와야 하는 훈련들,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철 산으로 완전 군장 하여 달리던 때의 추억도 잊지못할 추억이다.

 

오늘 이 문예지를 보니 그때의 일들이 주마등 처럼 지나간다. 그리운 추억으로 그때의 전우들이 그립다.

 

이 문예지를 국방부에 기증해 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창작동화 문인이 그런 조언을 하는데 한번 

생각 해 봐야지. 나 혼자만 갖고 있는 것 보다 다른 후배들이 읽으면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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