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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눈꽃산행

생원세상 2010. 2. 11. 23:01

6시10분에 집을 나서서 광교산 거북바위 길로 올라가 한철약수터로 돌아오는 매일 아침이면 하는 운동이다.

오늘도 그시간에 나서니 비가 내리고 있어 엇그제와 같이 우산을 들고 나갔다.

 

 

아파트를 지나 대우건설 연구소 쯤에가니 눈이 조금씩 싸여있고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기온이 날이 훤해지면서 점점 더 내려가는가 보다.

산 아래 골프연습장까지 가니 제법 많이 쌓여있다. 거북약수터를 지나 산으로 오르는데 달도없어 캄캄하지만

골프연습장의 서치라이트로 인해 주위가 좀 훤하다.

 

 

중간 약수터쯤 가니 웬 캥캥하는 소리가 나는데 컴컴해서 보이지 않는다. 웬 멧돼지나 하나 내려와 물을 먹나 했더니

시커먼 옷을 입은 약수터 물뜨러 온 사람 하나가 약수터에 구부리고 앉아 세수를 하면서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였다.

아~니 웬 동물 소리내며 그리 있느냐고 했더니 예 소리만 하곤 계속 세수를 한다.

 

 

 

나는 MP3를 스피커에 연결하여 클라식음악들을 틀고 들어가며 가니 그사람은 사람있다는 인기척으로 그리 했나 보다.

 

 

산 위로 올라가니 눈이 많이 내리는데 경치가 멋지지만 너무 어두워 사진이 안나온다. 후레쉬를 터트려 하면 가까운 것만 나오니.

 

 

사진을 담을 수있는 데 까지 담아 보았다. 중간 약수터부터는 누구하나 다닌사람 발자욱도 없이 내가 이 하얀 눈위에

처음으로 발자욱을 내며 가는 것이다.

 

 

이런 경우 항상 생각나는 시가있다. 이 시는 서산대사 휴정스님이 지은시로서 많은 사람들이 애송하기도 한다.

 

 踏雪野中去  ( 답설야중거 )     눈덮힌 광야를 걸어갈 때에는

不須胡亂行   ( 불수호난행 )     이리저리 어지럽게 걷지마라   

今日我行跡   ( 금일아행적 )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취는

遂作後人程   ( 수작후인정 )     뒤에 오는 이들의 이정표가 되리니.

 

 

서산대사께서 묘향산에서 입적하시기 전에 읊었다는 시가 있어 여기 옮겨본다.

 

生也一片浮雲起  ( 생야일편부운기 )     산다는 것은 한조각 뜬 구름이 생기는 것과 같고

死也一片浮雲滅  ( 사야일편부운멸 )     죽는다는 것 한조각 뜬 구름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浮雲自體本無實  ( 부운자체본무실 )     뜬구름이란게 본래 고정된 형체가 있는게 아니고

生死去來亦如然  ( 생사거래역여연 )     삶과 주검이 오고 가는게 또한 이와 같느니라

 

 

오늘 내린 이 하얀 눈들이 우리 눈에 반짝이고 아름다운 것이지만 이 또한 고정된 형체가 아니고

눈이 내리고 없어지는게 우리 인생의 한조각 구름과 같구나. 이런 생각에 이 시 귀절이 참으로 오늘 어울린다.

 

 

 

 이 소나무 가지에 얹혀있는 하얀 눈송이들이 얼마나 오래 이곳에 머무를 수가 있을까.  해 떠오르는 낮이면 없어지지나 않을런지.

봄이오는 길목에서 대지와 나무가지에 생명을 불어 넣는 역활을 하겠다.

 

 

 

아무도 이 아침에 밟지않은 이길을 걸을라치니 흡사 내가 개척자인양. 선구자인양 그런 기분이다.

내가 살어온 이길이 그런 모습일까? 우리 아이들에게 비춰지는 내 자신이 그럴것이다.

 

 

새벽의 이 풍경을 그대로 보관하려니 라이트를 켜지않고 담아보았다.  내 얼굴이 검게 나와도 설국의 모습은 그대로이니 다행이다.

 

 

너무도 운치있는 이길이다.  눈이 많이 내려서 이런 풍경 보기가 힘들기에 더욱 멋지다.

 

 

 

가며 가며 이 광경을 담느라고 짐에 오니 근 2시간이나 산에 있었던 것이다.

 

 

2010년도 초반 겨울은 이제 이게 마지막으로 보는 설경일게다. 2월에 이렇게 내리는 건 2007년도에 한번 있었지.

 

 

한철약수터 입구도 너무 멋진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