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경영이야기

IFRS혁명, 밀어내기 수출 실적으로 잡히지 않는다.

생원세상 2010. 3. 21. 13:05

[본문스크랩]    [Weekly BIZ] IFRS 혁명… 해외법인에 넘기는 '밀어내기 수출' 실적으로 안 잡혀 - 고품격 경제뉴스 위클리비즈    2010/03/21 12:37 추천 0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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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출처 : [Weekly BIZ] IFRS 혁명… 해외법인에 넘기는 '밀어내기 수출' 실적으로 안 잡혀 - 고품격 경제뉴스 위클리비즈
 원문링크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3/19/2010031901407.html
우리나라 회계기준이 크게 바뀐다. 2011년부터 상장·코스닥등록 기업은 의무적으로 국제회계기준(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공시해야 한다. IFRS는 자본시장 자유화에 맞춰 국제적으로 동일한 기준에 따라 경영성과를 나타내기 위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C)가 만든 회계기준이다. IFRS 도입 후 기업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가상의 사례를 통해 짚어본다.


☞ 밀어내기와 영업이익 

모든 실적 연결기준 평가… 현지서 판매 안됐다면 재고일뿐

'잘들려산업'의 한건해 영업본부장은 6월 말이 다가오면서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지난 4~5월에 북미시장의 수요가 갑자기 줄면서 예정된 물량을 미국 자회사에 수출하지 못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 달성에 빨간 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초조해진 한 본부장은 미국 자회사의 고만해 팀장에게 전화를 했다.

"고 팀장, 잘 알다시피 지난 두 달 동안 미국에서 물량을 소화하지 못해 반기 실적 달성이 어렵게 됐습니다. 미국은 7~8월에 계절적 수요가 커지니 그때 팔 제품을 이번 달부터 실어 보내는 것은 어떨까요? 도와주시구려."

"정 어려우시면 그렇게라도 해야죠. 알았습니다."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ps@chosun.com

전화를 마친 한 본부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전달해 부장을 불렀다.

"전 부장, 미국 자회사에서 물량을 받아주기로 했으니까 지난달에 부족했던 것만큼 이번에 다 보내서 상반기 실적 달성에 차질이 없도록 처리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본부장님. 그런데 제가 들은 바로는 그렇게 해도 실적 달성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번부터 우리 회사가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는 바람에 모든 실적이 연결기준으로 공시된다고 합니다. 미국 자회사에 수출한 물량이 소비자에게 판매되지 않고 현지의 재고로 남아 있으면, 판매실적으로 잡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당연히 영업이익도 제품의 보관장소만 옮겨진 미실현 이익이기 때문에 다 차감됩니다."

"아니 그래도 수출실적은 잡히는 것 아닌가요?"

"물론 정부 통계상으로는 수출이 되겠지만,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외부에 판매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연결재무제표상에는 운송비 등으로 인해 오히려 재고금액이 조금 늘 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겁니다."

한건해 본부장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 손익보고 및 성과평가 

해외 자회사에 보내는 수출가격 다르면 성과측정도 달라야

전달해 부장은 상반기의 해외 자회사 영업실적을 정리해 한 본부장에게 보고했다.

"본부장님, 이번 상반기에 영국 판매법인과 독일 판매법인의 매출액은 비슷합니다만, 영국 법인이 드디어 독일 법인을 제치고 영업이익 1등을 했습니다."

"영국은 독일보다 시장상황이 나빴는데 그동안 노력한 보람이 있네요. 수고했습니다. 그런데 전 부장, 본사에서 영국 법인과 독일 법인에 내보내는 제품의 수출가격은 같겠지요?"

"그게, 영국은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지난봄부터 이전가격에 문제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FOB 가격(수출가격)을 내려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평가는 잘못된 것 일 수 있습니다. 연결기준으로 다시 평가해 보는 게 좋겠네요. 독일 법인의 영업이익이 영국보다 적더라도 본사수출가격이 더 높았다면 연결기준으로는 독일이 여전히 더 잘했을 수 있으니까요."

순간, 전 부장은 아차 했다. '맞다, 영국은 지난봄부터 본사 수출가격을 독일보다 15% 이상 내렸기 때문에 연결기준으로는 영업이익 순위가 바뀔 수 있겠구나. 큰일 날 뻔했네.'

실제로 그랬다. 영국이나 독일 현지법인 각각의 영업이익은 매출액(소비자판매가)에서 매입가격(본사 수출가격)을 뺀 금액이다. 그러나 연결 기준으로 본다면 본사의 영업이익(수출가격-매출원가)과 현지법인의 영업이익을 합산해야 한다. 영국 법인의 영업이익이 독일 법인보다 많다 하더라도 이 경우 한국 본사의 영업이익이 줄어들어 전체적으로는 연결관점에서 영업성과가 더 낫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다음 날, 전 부장은 한 본부장을 찾아가 보고했다.

"본부장님, 영국과 독일 자회사의 영업실적을 다시 검토하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의 자회사에 대해서도 점검해 봤습니다. 현지의 여러 사정 때문에 일시적으로 본사 수출가격을 조정하거나, 자회사별로 각국 소비자들의 기호에 따라 부품이 다르게 투입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또 다른 나라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현지에서 다른 해외 자회사로 직접 수출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외부보고용 연결재무제표상에는 다 상계 처리돼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회사 내부적으로 해외자회사별 영업성과를 측정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다음번 사장님 보고 때 그 문제를 제기하도록 하죠. 지금까지 조사된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주기 바랍니다."


☞ 내부거래 상계 

글로벌기업은 내수·수출 구분 없이 손익계산


잘들려산업의 4월 초 전체 영업보고회의. 본사의 각 팀과 자회사의 영업실적을 보고받던 우직해 부사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본사의 내수와 수출, 해외 지역별 매출로 구분돼 있는 영업보고자료들을 본사 및 자회사의 손익계산서와 맞춰 보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 분기에 공시될 본사의 연결손익계산서의 매출액은 내수·수출로 구분돼 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본사의 내수매출액과 해외 자회사의 매출액, 해외 자회사가 아닌 대리점 등에 대한 직수출을 더한 수치와도 달라서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상무, 연결손익계산서상의 이 매출액이 도대체 어떻게 나온 거지요?"

"연결기준이기 때문에 본사 및 각 자회사들의 매출액을 합산한 뒤 내부거래를 상계했습니다."

"글쎄, 그래서 나도 본사의 수출액 중 해외 자회사에 대한 금액을 빼고 계산했는데도 이 수치가 나오지 않던데요?"

"부사장님, 이번에 남미의 현지법인에 유럽의 한 종합상사를 통해 수출한 물량이 있습니다. 이걸 내부거래로 보고 제거했기 때문에 아마 차이가 있을 겁니다."

"그게 무슨 얘기지요?"

"관세문제나 운송 등의 이유로 영업본부에서 처리한 일이라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다만 제3자를 거쳤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내부거래기 때문에 회계상 상계하는 것이 맞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차이가 있나 보군요. 그건 그렇고 왜 이번부터는 내수와 수출로 구분해 손익계산서에 표시하지 않지요?"

"본사의 수출액과 현지법인의 매입액을 상계하다 보니, 수출로 표시될 금액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사실 내수·수출의 구분이라는 것이 주로 국내 본사에 치중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우리회사처럼 이미 글로벌기업화 된 경우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지역별 매출액의 일부로 보는 겁니다. 공시할 때는 주석으로 지역별 매출액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이제부터는 영업회의 자료를 이에 맞도록 변경해야겠습니다. 허허."


■에필로그

위의 사례들처럼 연결중심의 재무보고는 단순히 외부공시를 위한 재무제표 작성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의 경영 의사결정과 관리회계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개별기업 입장에서 최적이라고 여겨졌던 의사결정과 정책이 연결 측면에서는 제로섬 결과를 가져오거나 당초 예상과 반대되는 효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또한 개별 기업단위의 성과측정과 연결기준의 성과측정 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본사와 지사 간에 내부거래가 많은 경우에는 개별기업 단위보다 연결실체 관점에 최적화된 경영의사 결정과 이에 부합하는 성과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연결중심 재무보고 체제로의 전환은 기업의 경영활동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세부적으로는 제품과 거래처별 매출과 손익분석, 예산 및 자금관리, 비용 모니터링, 성과평가 등 모든 경영관리가 글로벌 연결기준으로 전환돼야 한다.

변화의 첫 단추는 연결실체 입장에서 효율적인 재무운영모델을 찾아 관련 기능을 강화하는 데서 끼워져야 한다. 재무부문이 개별회사별 조직에 머물렀던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관련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특정 사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 없고 여러 회사 또는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업무를 한데 묶어 처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매입채무나 유형자산, 대금청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역별로 이러한 업무를 모아 처리하는 이른바 '공유서비스센터(shared service center)'를 만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재무정책 측면에서는 개별회사별 업무기준이 아닌 계열그룹 전체의 업무 표준화 안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해야 한다. 연결기준의 회계처리방침 설정, 내부감사, 전략적 구매관리 등 각 사에 공통적으로 적용되지만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가 필요한 업무를 따로 모아 처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경영 프로세스의 혁신 또한 필수적이다. 계획, 실적분석, 성과평가 등 다양한 경영관리 프로세스를 연결통합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상당수 글로벌 선진기업들이 이른바 '비즈니스 파트너'로 불리는 조직을 본사차원에서 구성하고 연결기준의 재무기획 및 분석(FP&A), 연결기준의 예산수립 등의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결론적으로 중요한 것은 국제회계기준 도입이 보다 효율적인 경영관리시스템 구축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의 경영관리 및 의사결정 시스템 전반을 연결중심 체계로 전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새 제도에 따른 과실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