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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욕심 (펌)

생원세상 2006. 11. 10. 14:00

 가을 욕심


 


   지금쯤, 전화가 걸려오면 좋겠네요.
   그리워하는 사람이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더라도 잊지 않고 있다는 말이라도
   한번 들려 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편지를 한 통 받으면 좋겠네요.
   편지 같은 건 상상도 못하는 친구로부터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 담긴
   편지를 받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누군가가 나에게 보내는 선물을 고르고 있으면
   좋겠네요.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예쁘게
   포장하고 내 주소를 적은 뒤,
   우체국으로 달려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라디오에서 나오면 좋겠네요.
   귀에 익은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와 나를 달콤한
   추억의 한 순간으로 데려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누군가가 내 생각만 하고 있으면 좋겠네요.
   나의 좋은 점, 나의 멋있는 모습만 마음에 그리면서
   내 이름을 부르고 있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가을이 내 고향 들녘을 지나가면 좋겠네요.
   이렇게 맑은 가을 햇살이 내 고향 들판에 쏟아질 때
   모든 곡식들이 알알이 익어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하고
   기다리지만 아무것도 찾아오지 않네요.
   이제는 내가 나서야겠네요.
   내가 먼저 전화하고, 편지 보내고, 선물을 준비하고,
   음악을 띄워야겠네요.


 


   그러면 누군가가 좋아하겠지요.
   나도 좋아지겠지요.
   이 찬란한 가을이 가기 전에....


 


   -정용철의 '마음이 쉬는 의자'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