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찬호를 보내며
친구 한놈이 떠났다.
그 오랜 시간을 병마와의 전쟁을 치르더니 결국 지고 말았다. 부천 세종병원 영안실 5호.
지난 봄에 국민학교 총 동문회 체육대회 때 그래도 건강한 모습 보여 주었었는데.
엇그제 일요일 동네 친구 혼사 후에 다른 친구 집에서 김장배추속과 소주들 할때
한번 마지막일지 모르니 병문안 가자 할때 가지 않았다. 이미 그때의 친구 모습은
기억속에 오래 남을텐데, 그 모습을 기억시키고 싶지 않았다. 지난 봄 좀 건강한 모습을
영원히 기억하는게좋다고 생각하엿기에.
그가 아프기 시작한게 십년도 더 됐다. 그 친구 보다 늦게 발병하여 고생한 두명의 친구들과 같이
세명이 다 소주와 너무 가깝게 지낸 사이들이다. 그런데 나중의 두명이 벌써 수년전에들
친구들 곁을 떠났는데,이친구가 더 오랜동안 가까이 있다가 떠난 것이다. 네가 먼저니 하며 떠들었는데.
그때가 또 엇 그제 같았는데. 이렇게 술과 가깝게 지낸 친구들이 먼저 간다는 걸 왜 그리도 늦게
알게 되는지. 삶의 미련이 없어서 알려고 하지 않나 보다.
그렇지 못한 친구 하나는 병하나 없이 살았다는데 하루 밤사이에 운명을 달리하기도 하여
주위를 너무 안타깝게 하더니, 이제 그렇게 병마와의 전쟁을 깨끗히 청산하고 저 세상으로 간 친구의
명복을 빈다. 저 세상이 있거든 ,거기서는 그렇게 몸을 내두르지 말거라. 내 한몸이 젊어서는
한 몸이지만 나이들면 그 안에 역어진 묶음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이 받는 고통과 슬픔을 어찌
남기는가. 인연의 끈을 놓는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네가 첨 아파 할때 친구들이 모두 걱정들을 해 주고 격려도 해준것도 또한 엇그제다.
아파 하면서도 같이 모인자리에 나오면 그놈의 술을 못 먹게도 햇지만, 자네는 그래도 조금만
한다 하여 결국은 또 먹게된 적도 많앗지.
어렸을때 꾀나 말썽도 피운 녀석인데, 마음 하나는 친구들과 의리를 지키는 뚝쇄같기도 한
네가. 이렇게 일찍 우리 곁을 떠나니 슬프다.
남아있는 식구들 모두가 네 그 고생하는 시간 안타까워 하기도 하련만, 그래도 덜 고생하고
떠난 네가 다행이라 생각도 한다. 그래도 친구 한놈 떠나니 슬픈건 사실이다.
집이 멀어 차를 갖고 갈수는 있엇다만, 그래도 너를 보내는 이 순간은 그자리에서 술한잔은 하려고
전철로 갓었다. 네가 좋와하던 그 소주를 다른 친구와 둘이 좀 마시고는 왓다만,
이승을 떠난 곳에서 영면하기를 기원한다. 친구야 잘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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